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보호관찰 중인 소년의 삶을 따라가며,
청소년들이 사회와 어떻게 단절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겉보기엔 문제 청소년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어른들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가정, 학교, 제도 안에서 반복되는 충돌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말이 없어지고, 점점 멀어진다.
아이들이 정말 침묵한 것일까, 아니면 어른들이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일까.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경찰이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청소년의 SNS를 살펴보는 장면이다.
그 안에는 하트 이모지, 짧은 댓글, 알 수 없는 표현들이 가득하다.
경찰은 하트를 단순한 호감으로 오해하고,
그런 모습에 좌절한 그의 아들은 이모지만 봐도 조롱과 무시라는 걸 알려준다.

이 장면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아이들은 이미 말하고 있었고,
문제는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쪽이 어른들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이모지 하나, 하트 하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자 관계이며, 때로는 폭력의 신호다.
하트가 조롱이고, 웃는 얼굴이 모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를 장난처럼 여기거나 의미 없는 기호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음에도, 어른들은 “제대로 말하라”고 요구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어른들의 언어가 더 둔탁하고 거칠게 느껴진다.
그래서 침묵하거나 외면하게 된다. 말은 있지만 소통은 없다.
이것이 세대 간 단절의 진짜 모습이다.

이 단절은 단순히 말투나 표현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디지털 세계에서 이모지와 짧은 메시지로 감정과 관계를 표현한다.
그 안엔 위기와 갈등의 신호도 담겨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이를 해석하지 못해 폭력의 조짐이나 도움 요청조차 놓친다.

우리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아이들의 언어를 모른 채 이루어진 일방적인 접근이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면서 진심으로 소통할 수는 없다.
“소년의 시간’은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세대 간 소통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언어를 배우고, 그 방식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틀린 언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을 뿐이다.
그 다름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통제하려 한다면,
결국 어떤 시도도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닫힌 마음을 여는 시간은, 말이 아니라 경청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