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하나야.”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시험 문제에는 하나의 정답만 있고, 토론보다는 정해진 해답을 외우는 일이 더 중요했다. 덕분에 우리는 질문이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이거나 저거냐'를 떠올린다. A냐 B냐, 찬성이냐 반대냐, 맞냐 틀리냐. 세상이 두 색깔로만 되어 있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친구가 “회사 그만두고 창업을 해볼까?”라고 물어온다. 어떤 이는 “무조건 해봐야지! 인생 한 번인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는 “안정적인 직장을 왜 놔? 요즘 같은 시대에!”라고 말한다. 말은 다 그럴듯하다. 그런데 정말 답이 하나일까?

그 친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창업 아이템은 뭔지, 자금은 충분한지, 실패했을 때 감당할 여유는 있는지에 따라 답은 전혀 달라진다. “해라”도 “하지 마라”도 무책임할 수 있다. 결국 이럴 때 필요한 말은 하나다.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지!”

우리가 자주 하는 말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는 이 시대 최고의 철학일지도 모른다. ‘It depends!’라는 말처럼, 모든 건 맥락 속에서 달라진다.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더라? 좋아, 하지만 누군가에겐 알레르기일 수도 있다. 어떤 일터가 천직처럼 들린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악몽일 수도 있다. 좋고 나쁜 것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함수처럼, 삶도 그렇다.

이분법은 편리하다. 사람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저 사람은 나랑 안 맞아.” “이건 좋은 거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한 번 단정 짓고 나면,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린다. 실은 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고정관념, 편견, 차별도 이분법의 사촌쯤 되는 셈이다.

인생은 시험지가 아니다. 복수정답, 심지어 정답 없음도 가능한 열린 문제다. 누군가는 빠른 결단으로 창업에 성공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한 번의 실패로 긴 회복기를 거쳤다. 무엇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것도, 아마도.

그래서 세상에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치밀한 계획으로, 어떤 사람은 즉흥적인 결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누군가는 융통성으로, 누군가는 한 가지 강점으로 살아남는다. 중요한 건 그 전략이 얼마나 많거나 적으냐가 아니라, 그걸 ‘언제 어떻게’ 쓰느냐다.

정답은 없다. 대신, 맥락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 “이게 맞아?”라고 물으면, 한 박자 쉬고 “어떨 땐 맞고, 어떨 땐 아닐 수도 있지”라고 말해보자.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결국, 인생의 많은 순간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거? 글쎄... It depends.”